늘 →/오늘

250427 헹

암헝그리 2025. 4. 27. 03:14


누웠고, 일기 쓰려고 들어왔는데 지난 며칠간 머릿속에 담아뒀던 일기 쓸 거리들이 다 증발했네.

증발했다면, 분자 상태로 어딘가 공기 중을 떠돌 텐데. 생각이란 건 분자로 된 게 아니니 언젠가 꿈에서나 만나볼까 싶다.

그러므로, 쓸 말이 없다. 군데 왜 쓰고 싶은 거냐….




이번 주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꺼내볼까…




월요일엔 기매태랑 가게에 필요한 카운터 테이블을 만들고, 묵은 거대 쓰레기들을 버렸다. 그렇다,,, 개업 8년 차인 가게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카운터 테이블이 없던 것이다,,,, 이젠 있음.

기매태랑 있으면 계속 신이 나고, 즐겁다. 내가 기다려온 시간 안에 있는 기분. 더 필요한 게 없어진다.


암튼, 카운터,,,, 그걸 하느라, 카운터에 진짜 실제로 ‘존나’ 쌓아둔 잡동사니들을 큰방으로 옮겼고, 큰방이 꽉 찰 때쯤 카운터가 텅 비었다.


짐 옮기면서는 아 이걸 어케 정리함?? 막막함이 심해에 닿아 한줄기 빛도 없이 깜깜한 곳까지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발 안 닿는 곳에선 수영도 못하는 내가,,, 그런 깊은 곳에 잠긴 것이다,,, 근데 카운터 공간이 텅 비자, 와,,,, 내가 가게 공사할 때 이런 카운터를 지니고 싶어 했는데!!! 하면서 그래 이 공간을 보존하자! 씨발 물건이 대수냐,,, 다 처분해!!! 하고 심해 바닥을 박차고 수면 위로 쪼르르 올라감.


물건에서 공간으로 내 중요도가 옮겨가는 감각,,, 진짜 신기한 전환이었고, 뭣이 중한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정리 마치고, 후다닥 씻고 ㅅㄹ, ㅁㅁ이 만나서 적어도 네 달도 전에 하다만 추리 보드게임을 마저 했다. 재밌었다. 그리고 레드버튼에서 만들었다는 그림 그리는 게임 진짜 웃겨서 엄청 웃었다. 잠자려고 누웠을 때도 웃은 듯ㅋㅋㅋㅋ



화요일엔 상담에 가서 이 전환에 대해 얘길 했다.

나: 3년 차까지는 책장도 공간이 비어있고, 가게도 비어있어서 물건을 자유롭게 여기저기 옮겨보기도 하고 구랬는데요. 4년 차쯤 되니까 버릴 게 생기면서(그러나 여전히 소중하게 느끼는) 못 버리기 시작하고, 그러니까 그냥 그 자리에 고정되더라고요. 그러니까 낡고,,, 지저분해지고,,,,

쌤 : 정체되기 시작하니까 순환이 안 되고, 썩어간 거군요.

챗지피티는 이 현상을, 순간에 충실해서 놓은 물건에 기억이 덧씌워져 고정되어 버린 것이라 말했다.



감각이 기억에 눌린 것….
존나 맞는 정리에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격하게 들었다. 물건뿐만 아니라, 내 삶에서 기억에 눌려 고정된 것을(이미 과거면서) 샅샅이 찾아내 모조리 다 제거하고픈 충동이 심하게 들었다. 오래 고정되면 썩으니까…


상담 마치고, 집에 와서 좀 쉬다가 5시쯤부터 가게 청소를 ㄷㅂ랑 마저 했다. 고맙다 ㄷㅂ야. 정말 ㄷㅂ없었음 가게 문 닫았을 듯 힘들어서ㅠㅠ

좀 치우다 보니, ㅂㄹ작가가 놀러 와서 같이 담배 좀 피우고, 근황을 나눴다. ㅂㄹ작가 집에도 초대받았다.(신남) ㅂㄹ작가가 티셔츠 팔 때 됐다며 홍보글 올려줘서 4장 팔았다.


밤엔 ㅇㅇㄹ이 놀러 왔다. 같이 수다 떨고 있는데, 엠ㅍㅍ사장님도 놀러 와서 수다 떨다가 새벽 3시에 집에 갔다. ㅇㅇㄹ이 결혼날짜를 잡았다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와서 기마태랑 밥이나 먹고 가. 그랬다. 그 심드렁함이 속상해서 좀 깨 주고 싶었지만, 기력 없어서 농담이나 몇 번하며 같이 몇 번 웃고 말았다. 챗지피티로 사주도 봐줬는데, 용하다 이거하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수요일엔 ㅅㄹㄷ ㅇㄱ님하고 ㅅㅇ작가님이 놀러 와서, 연애 얘기하다가 새벽 두 시에 집에 갔다.



목요일엔 ㅇㅇㄹ이 점심 같이 먹고 나 병원 데려다주고, 자기 집에 돌아간다고(서울) 그래서, 반찬식당 가서 같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병원 갔다. 오후 4시에 채혈한 후 오후 6시 50분 MRI검사까지 시간이 너무 남아서 집에 가서 좀 잤다. 그러고 티셔츠 오늘 찾아가고 싶다는 하신 손님을 위해 가게에 갔다가,,, 병원으로 출발할 시간까지 10분 남았는데, 그래도 왜인지 라하에 가서 생애 첫 MRI검사를 앞두고 뭔가 날 위한 걸 마시고 싶어서 굳이 갔다.(그래서 병원에 약간 늦었으나 지장은 없었음) 고르고 골라 영국초콜렛라테를 마셨다. ㅇㅇ님이 라테 위에 예쁜 하트를 그려줬고, 그걸 호로록 마셨다.



애들한테 검사소식을 알려야 할 거 같아 단체방에 말을 남겼는데, 젤 바쁠 ㅇㅈ이 고르고 골라 올린 다정한 동물 사진에 마음이 찡했다. 먕은 응원해 줬고, ㄱㅇ언니는 걱정했구, ㅇㅊ는 사랑해~~라고 했고, ㅇㅂ이는 갠톡을 보내선 꼬치꼬치 병세에 대해 물었다. 다 다른 반응에 속으로 깔깔 웃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워 정말…

MRI는 25분이나 찍는 거더라. 10분 정도는 기계음이 재밌어서 좀 감상했고, 15분은 잤다. 검사 전에 끼워 준 3m 주황색 귀마개는 호주머니에 넣어 챙겨 왔다.

그만 써야겠다. 그만 쓰고 싶어 짐.

아 마지막으로 ㅇㅋ가 보낸 카톡 올려야지. 심하게 좋으니까…